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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생 길
소년은 저 높은 곳에서부터 길을 내려옵니다.
억새풀과 무성한 들꽃이 만발한 들판을 가로질러
줄로 그은 듯 한 비탈길 위를 걷고 있습니다.
해가 뜨고 바람과 구름이 흐르다 비가 오고 달이 떴습니다
그래도 소년은 묵묵히 걷습니다
모자가 날리는 폭우에도 간다라 불에 의지하며 들판을 지르기도 합니다.
그 소년은 홀로 걸어 가지만 혼자가 아닙니다.
파란 하늘과 넓은 들, 온갖 꽃과 새들이 험한 길을 안내합니다
밤하늘의 별과 세상을 채운 풀벌레들...
그들과 노래하며 길을 걷다가 한 순간에 돌풍이라도 불면
두려움에 떨다가도 오직 자신이 바라보는 그곳이 있기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를 반복합니다.
팔랑거리며 날갯짓하는 나비를 쫒다 가끔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얼굴을
비춰보기도 하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누워 달콤한 꿈도 꿉니다.
때때로 오가는 개미들의 행렬에 살며시 물러나 주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서서히 길을 내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