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지혜로운 유산분배

서로도아 2010. 2. 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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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유산 분배

 

어느 구두 수선공이 아들 셋을 남겨둔 채 중병에 걸려
더 이상 생을 이어갈 소망이 없게 되었습니다.
유산이라고는 고작 구두 17켤레가 전부였는데
그나마 세 아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도 만만치 않아
지혜로운 친구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내 사후에 유산을 분배하되 장남에게는 2분의 1을 주고,
둘째에겐 3분의 1을 주고, 막내에겐 9분의 1을 주게나”
그리고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친구에게는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재산이 많아 분배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남은 유산이라곤 구두 17켤레가 전부였다는데 있었습니다.
이를 장남 몫으로 절반을 나누니 8.5 켤레가 되고,
둘째 몫으론 17의 3분의 1이니 5.67 켤레가 되고
막내에겐 9분의 1로 주려하니 1.81 켤레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나마 난감한 것은 구두를 잘라서라도 계산된 숫자대로
친구의 아들들에게 나누어 주려다 보니 8.5+5.67+1.81=15.98이라는
계산이 나와 그만 구두 한 켤레가 없어져 버리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자칫 친구의 아들들로부터 구두 한 켤레를 떼어먹었다는
오해를 받게 생겼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이 친구는 자기가 손해를 볼지라도
자기 돈으로 구두 한 켤레를 사서 18켤레의 구두를 가지고
큰 아들에게는 9켤레, 둘째에게는 6켤레, 막내에게는 2켤레씩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9+6+2=17 켤레라는 계산이 나와
자기 돈으로 산 1켤레는 그냥 자기가 가질 수 있게 되었답니다.
.
.
인생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닥칠 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내가 먼저 내 것을 내어 놓고
내가 손해보고 들어가는 것뿐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나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손해 보지 않겠다고 계산만 하노라면 결국엔 낭패뿐,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습니다.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라 할지라도
내가 손해를 보잔 도량으로 일을 처리하노라면
결국엔 모두에게 유익되는 결론도 얻게 될 것입니다.
설사 물질적으로는 내 손해가 보충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내 할 도리는 다했다는 만족감은 남을 것입니다.
내 가정과 직장과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먼저 내어 놓을 구두 한 켤레는 무엇 인지...
사랑도, 용서도. 감사도, 베풂도.
이제는 내가 먼저 내어 놓는 삶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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