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 想
나는 요즘 날마다 나무들이 누렇게 단풍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애련함에 잠기다가도 그들의 위대함에 감탄한다. 누가 일러 단풍을 수분과 영양부족으로 죽어가는 병색이라 했던가. 그것은 자기완성이요 내일을 위한 희생의 미덕이다. 여름 내내 온갖 질고를 이기며 녹음과 그늘로 인간을 시원케 해주고 더러는 후대를 위하여 열매와 씨앗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내일의 새싹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며 정작 자신은 부토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태양이 서산을 넘어갈 때 마지막 찬란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그들도 잔조의 빛을 단풍으로 아름답게 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단풍은 아름답고 위대하다...... 갓 떨어진 잎새들은 아직 샛노란 신선함이 감돌며 옛 새색시들이 예쁘게 머리단장하던 비녀장 같이 아름답다. 아니면 어질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하늘에서 내리는 황금 조각이라 할까? 사랑의 비밀을 간직한 엽서 같기도 하고 천사들이 인간을 위해 추는 군무 같기도 하다. -강석호의 裸木이 되고 싶다에서-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문득 낙엽 한 잎을 주었다. 자세히 보니 잎은 좀 벌레에 먹혔고 흑갈병이 침식되어 검게 얼룩이 져 있다. 그러나 여름 내내 왕성했던 숲의 성장을 회상하며 낙엽은 그를 통해 많은 의미와 진리를 인간에게 전해주는 바가 있어 단순히 미적 감각 보다도 인간도 자연에서 처럼 잘못 살아온 인생을 낙엽으로 청산하고 다시 재생의 기회를 가질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에서 "回想"이란 제목으로 주어온 낙엽 한 잎을 그려 본다. /요석(樂石) |
09.10.12 작품 surod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