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낙엽 / 요석
산의 어깨를 타고 살금살금 내려온 단풍잎이
붉은 얼굴로 돌아보며 인사한다
산도 작별하는 단풍잎을 보며 인사한다
한 때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제가 지켜온 것을
낮은 곳으로 내려놓고 작별을 나눈다
단풍잎은 떠나야 할 이유를 아는 순간부터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생의 절정에 선다
세상에 무엇을 좀 나누어 주고 싶어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꺼내 입고
입었던 사랑 벗어 두고 바람따라 떠난다
2009.11.18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