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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락 2024. 3. 1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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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락이란 순우리말인 마당과 뜰의 강원 경북 평북지역의 방언으로 나온다.  또한 뜰이란 집안의 앞 뒤나 좌우 가까이 딸려 있는 , 나무나 꽃을 심기도 하는 땅이다.

     

    나는 내 생애의 뜨락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다행히 잘 자라 지금은 커다란 기둥나무가 되었고 열매도 주렁주렁 열려 그 과일 맛이 일품이다.

     

    금년 3월은 그 나무를 심은지 만 60년이 되는 환갑의 해이고 달이다. 1963년 3월 최초로  공직에 취임,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환갑을 맞아 그 나무를 심고 가꾸던 때의 많은 추억 중 하나를 끄집어내어 본다.

     

     

    추억 1

    등댓불이 되겠다던 사람의 좌초

     

    교도소 교정직에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교정직은 일반공무원 신분으로 공안직군에 해당되어 행형자의 보안뿐 아니라  재소자를 분류심사하여 직업 훈련과 장차 사회에 복귀하도록 교육훈련을 담당한다.

     

    나는 비번날을 이용하여 아내와 함께 전주에서 50여 리나 되는 고향 군산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당시에는 안내양이 있는 시외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항상 차는 만원이고 짐짝처럼 취급당하는 게 당연시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내에 가까워지자 차내는 초 만원을 이뤄 입석조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혼잡했다. 나는 출발지에서 승차하여 아내가 창쪽에 나는 통로 쪽 의자에 앉아 왔으니 다행이었다. 그러나 입석한 사람이 밀고 들어와 상체를 바로 할 수 없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속에서도 어느 사이 잠깐 졸았을까?   눈을 떠보니 덩치가 제법 큰 남자가 내 발아래를 밀치고 들어와 서 있었다. 이때 난 서있는 사람의 무릎에 눌려진 오른팔을 빼어 양복 주머니로 손을 옮겼다. 포켓에 손을 넣으니  손이 쑥 빠진다.  아뿔싸!  주머니는 아래로 구멍이 나 있고 내 지갑이 없어졌다.

     

    당황한 나머지 비로소 내 곁에 서있는 사람을 위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누구야, 며칠 전 교도소를 만기 출소한  재소자 아무개 아닌가. 주방에서 주방장으로 노역하던 수형번호 17번 그 사람이다.

     

    그래서 내 몸에 기댄 그놈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무언의 신호를 보내자 깜짝 놀란 그도 나를 비로소 쳐다본다. 나를 쳐다본 그가 빙긋이 멋쩍게 웃는다. 나는 구멍 난 양복 주머니애 손을 넣은 채 위로 들어 올리고  손가락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그가 어디론가 고개를 돌려 고갯짓을 한다.

     

    이윽고  2~ 3분 지났을까,   내 지갑을 고스란히 무릎 위에 놓고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는지 그의 모습이 안보였다. 제 증명과  현금이 그대로 돌아왔다.

     

    출소 후에도 개버릇 남 못주고  일당을 데리고 다니며  그 짓을 하고 있으니 잡범들의 교정은 요원하다.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하는 그 잡범들.  당시에는 모두가 마땅히 일할 곳이 없는  실업자 신세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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