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예

선유후부가(仙遊朽斧柯)

서로도아 2017. 8. 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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仙遊朽斧柯(선유 후부가)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재미있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이다.

 

 

 

 

옛날 한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산속 깊이 들어갔다가 우연히 동굴을 발견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길이 점점 넓어지고 훤해지면서

눈앞에 이상한 행색 차림의 두 백발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무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인들이 바둑 두는 것을 보고 있다가

문득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 세워 둔 도끼를 잡으려 했는데 도낏자루가 바싹 썩어 잡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마을로 내려와 보니 마을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한 노인을 만나 자기 이름을 말하자, 노인은 

 "그분은 저의 증조부 어른이십니다"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이 설화는 신선사상에 바탕을 둔 것으로,

강화도 마니산에도 이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는데 

전설로 내려오다가 민담으로 정착되어 속담의 유래 어가 되었다.

 

 

 

이런 신선놀음은 아니라도 어렸을 때 나는 한 때 독서 삼매경에 빠진 때가 있었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대중소설에 푹 빠져

연애 추리 납양 역사 무협 고전 등 닥치는 대로 밤을 새워가며 읽었다.

책을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지를 못했으니,

밖에 소나기가 쏟아지든, 날이 어두워지든 나와는 별개였다. 

소나기 소리가 들리지 않아 앞마당에 널어놓은 멍석 위의 참깨 고추 등 곡식이 다 젖었는데  

뒤뜰에 열어 놓은 장독대 뚜껑은 닫았겠는가. 

이때 한 마디 큰 꾸중이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구먼"이었다.

 

요즘 세태를 보자.

만백성이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산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집에서나 밖에서나, 앉으나 서나,

길을 가면서도 건널목에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 있다.

 스마트폰이란 것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인간을 지배하는 기계가 됐다.

신통한 기능을 갖추고 사람들의 정신을

홀려버리는 매혹적인 기기이다.

입과 귀와 소리로 소통하였는데 이제는 눈과 손만으로

무한한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받음으로써

공간과 시간과 생각의 여지를 가지면서 소통하는

혁명적 생활필수품이 됐다.  

본연의 기능을 넘어선 세상의 만사를 응축한 기계,

컴퓨터 연동의 기능과 프로그램 구동,

데이터 통신에 연결하는 등

다기능 통신기기로 발전하였다.

여기에 한눈이 팔린 사람들

기계에 정신을 빼앗겨 달리는 자동차를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진로를 방해하는 사람,

계단을 오르내리면서까지,

여기에 정신이 팔려서 응당 해야 할 일을

소홀이 하고 있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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