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통이

백발도사

서로도아 2015. 1. 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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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도사란  별명을 하나 얻었다.

젊게 살겠다고 온갖 몸놀림을 다 보지만 세월 앞에선 어쩔 수가 없다.

모처럼 원로 석우 셋이서 만나 점심을 같이하는 자리에서 찎혀 비친 나의 모습이 "백발도사"란 별명을 듣고도 남을만하다.하나 세월 가는 줄도 모르는 망각병에 걸려서 신음하는 것도 아니고, 잊어서 손해 본 것도 없으니 이만하면 어떨까 싶다. 그래서 세월을 잊고 사는 것도 즐거운 망각으로 치부해두기로 했다. 옛 말에 '독서삼매경에 나이도 잊는다' 란 말도 있지 않는가.

독서가 아니라도 무엇에 홀렸는지, 쉬고 잠잘 시간까지 차용해 사용해보나 가는 세월은 정말 빠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의 실용주의가 새로운 사고와 기능을 요구하고 있고, 하루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밀려나는 세상이니 나이 든 사람이 여기에 편승하여 동조하기란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이런 연유로 밑천도 없이 나름대로 허송을 면해보려 해와 달을 쪼개고 맞추어 보며 그 속에서 무슨 낙을 찾는다고 촌음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다.

 

취향 생활이 무슨 나이와 관계가 있겠는가마는  짐을 벗고 난 노인에게는 안정적으로 올인할 유일한 황금기요 벗이고 낙이 아닐 수 없다.  독자적인 감각을 가지고 틀에서 벗어나 세상과 소통할 정도만 되어도 그 느끼는 희열은 특별한 보상에 다름 아니다. 그만큼 자부심도 커지고 성취감도 배가되어 즐겁기만 하다. 

그래서 백발도사가 자고 먹는 시간의 소비 때문에 하느님을 원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요 다음과 같은 시를 읊어봄도 같은 맥락에서 이다. 

 

육유(陸游 1125~1210)

白髮無情侵老境(백발 무정 침노경) 백발은 무정하여 노인에게 다가오는데

靑燈有味似兒時(청등유미사아시) 푸른 등(밑에서의 독서)의 맛은 어릴 때로

                                           돌아가 있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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