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 10월이여!
2011.10.23.
아침 안개에 젖어 따뜻한 온기만큼이나 정감 있게 느리게 느리게 흐르는 搏大川의
搏大沼에 머물다.
느리게 흐르는 강은 이제 쉽게 만날 수 없다. 그런대로 강다운 모습이 살아있는 충북
청원군 미원면 운암리에서 어암리에 이르는 약 10km 구간의 박대천, 옥화 9 경이라는
걸출한 명승 절경이라 이름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지극히 평범한 강이다.
보은 속리산에서 발원하여 화양동과 쌍곡구곡 등 크고 작은 지류를 받아드리며 괴산읍
내를 지나 충주에서 남한강 본류와 합류할 때까지 약 116km를 흐르는데 , 조선시대
오대산 우통수, 속리산 삼파수 등과 함께 '조선 3대 좋은 물'로 전해져 올만큼 지금도
맑은 물을 자랑한다. 그도 그럴것이 물 좋고 경치 좋은 곳만을 두루 돌아 흐르기 때문
아닐까.
이 곳 박대천은 천석굴 용소 천경대 옥화대 금봉 금관숲 가마소 뿔 신선봉 박대소 등을
품고 옥화9경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마지막 옥화9경인 박대소는 청원군 미원면 지역의 달래강 이름인 박대천을 낳은 곳으로,
계원리서 쇠바우(어암 1리) 쪽을 향해 따라내려가다 보면 깊은 계곡 안에 커다란 소(沼)
가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박대소이다.
박대천을 따라 농로라고 하지도 못할 정도의 비포장 자갈길로 1킬로미터 남짓 들어가면,
시들어가는 억새풀 향기와 더불어 강가의 갈대 숲으로 빨려 들어간 길이 늪지대에서
사라지고, 절정에 이르러 붉게 타고 있는 상강절의 단풍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붉은 바위
산이 강물속으로 뛰어들어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해내고 있는 경이
박대소다. 이곳도 여름 장마 때 밀려온 토사로 인하여 하천 바닥이 거의 메워져 소라는
느낌은 전연 나지 않는다
여름 풍광과도 또 다른 맛을 내는 한 가을의 화려함, "그때의 푸르름이 이랬는데 이가을
은 어때요" 라는 반문을 토해 내는 듯.
박대천과 계원리 숲이 강물과 어울리고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의 모습이 멋지게 보이는
한 폭의 그림이라 물속에서 사진을 찍어본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항상 이런 분위
기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그런 모습이면 얼마나 좋을까.
이 좋은 계절에 이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아무런 간섭도 부담도 없는 무아지경에서
탐석하며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바로 무한한 행복이 아닐런지.
신선봉 아래 박대천 주변의 인봉 마을, 후 운정, 윗집 풍골 계당마을들은 신선봉(642m)이
품어 안아주고 있는 전형적인 강촌마을 풍경이다.
수초에 허리를 감고 모래톱을 지난 느린 강은 자갈밭에 이르러 몸을 한 번 씻어 내린다.
희뿌연 흙탕물도 이쯤에 이르게되면 막디 맑은 청옥 수로 변하고, 해 질 녘 모락모락 연기
를 피우는 토담집 굴뚝 연기에 휩싸여 뿌연 물안개를 만들어 낸다.
휘감아 돌고 돌다 보면 느리게 느리게만 흐르는 강, 바로 고향의 강이 그랬다. 세상이
달라진들 어릴 적 그 고향의 강모습까지 달라질까 했지만 세상사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았나 보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해버린 강은 일자로 쭉 뻗은 콘크리트 제방 아래로
줄을 서서 빠르게 흘러간다. 오늘도 파고 내일도 묻는다. 박대천의 박대소 운명도 알 수
없다.
숭의여자대학교 이사 원종학씨, 진주세무서장 이장춘 서기관, 부동산중개사 서병희 씨와
염봉학 사장 그리고 내가 오늘의 박대소 주인이다
이 서장과 원 이사
여름날의 박대천
가을에 가본 박대천
저 바위산 아래가 박대소
여기에도 보가 있고 어로까지 설치하였으나 물고기는 투망으로 씨가 말랐다.
흐르는 물 위에서 신선이 따로 없다
삼겹살에 더덕주라 너무 사치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