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낚시

서로도아 2009. 5. 1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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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 오강현

 

속 빈 대나무 끝에 보일 듯 말 듯

투명하고 가느다란 심지를 매달고

누군가를 붙잡고 시퍼런 가슴을

토해 내고 싶다

그래서 멀리멀리 뿌린다

가슴 언저리에 두 겹 세 겹 켜켜이 쌓아 둔

검게 멍든 가슴을 너에게 조금더 가까이 닿기 위해

멀리 더 멀리 던진다

긴 대나무와 긴 줄을

바다로 바다로 연결한다

간혹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맑은 물고기가 있다면

나를 물어도 좋다

내 슬픔의 심한 악취가 혹시나 좋아

줄을 당기는 푸른 청어가 있다면

나를 꼭 물어도 좋다

나도 지느러미가 있다면 기꺼이 흠뻑 적시련만

그러나 지금은 더 멀리 더 깊게

하얀 바다가 푸른 바다가 되도록

내 슬픔 뿌릴 뿐이다

바람을 가르며

흐느끼며

바다에서 새벽을 맞는다

                                                          -   좋은 생각 중에서

 

▷ 낚시로 고기를 잡는게 아니고 知音(푸른청어)을 찾는 간절함이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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