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금년 가을의 단풍을 마지막 보내려 나왔다. 금년의 단풍은 태풍이나 가뭄이 없어 순조로운 날씨 덕에 늦가을까지 예쁜 모습으로 남아있다. 이제 그 헤어져야 하는 시기에 이르러 단풍(너)을 보내려는 환송 인파가 몰려들어 토요일의 좋은 시간을 재단하고 있다.
그간 잘 가꿔 놓은 어린이 공원의 나무들 이기에 고운 단풍으로 원내는 을긋불긋 환상의 물결이로구나. 월간지 하나를 들고 나도 그 물결 속으로 동석하였느니라.
낙엽이 뒹구는 평상위에서 곱게 물들어 아름다운 나무에 기대고 앉아 월간지 한 페이지를 여는 순간, 너는 참 훼방꾼이구나. 그 사이 못 참고 벗어 놓은 외투 위로, 잡지 위로, 배낭 위로 내 등 뒤로 내려와 내 마음 튼실하지 못하게 구니 나이 먹은 나에게 무슨 호기심이라도 생겼단 말이냐? 바람 한 점 없는 한 낮인데도 우수수 내려와 흩날리는 너의 사연을 말해 보거라.
낙엽
너는 가을의 슬픈 존재
솔솔 부는 바람에도 힘없이 무너지고
색동옷 아직 젖지 않았는데
가을비 몇 방울에 손을 놓고 내려와
나뭇가지 외로워 울겠네
앙상한 가지 찬이슬에 떨겠네
때가 되면 털어내야 하는 사랑 앓이
미련 없이 떠나는 이별의 슬픔
뒤돌아 보지않고 떠나는 너에게
불러주는 환희의 송가
잘 가라 잘 가! 너희들...
-자연 운행의 질서를 보고- 2024.11.16 k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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