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 현상이 여름 내내 그도 모자라 이제 가을 입동이 지났음에도 날씨가 20도를 넘다니, 금년 가을은 늦더위 덕에 너무나 따뜻해서 좋긴하다.
아직도 단풍나무가 제대로 옷을 갈아입지 않고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남아 있는지 관광객의 발길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서리가 내려야 산야가 얼룩이 지는데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다. 그래도 우리 마을의 가로수 상황으로 보아 샛노란 은행잎이 환상적인 작품을 연출하고 있어서, 추정하여 한국민속촌의 가을색은 어떨지 붙잡아 오고 싶어 발길을 옮겼다.
한국민속촌이 1974년에 개장한 이래 50주년을 맞아 마침 다채로운 특별 공연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혈안식귀, 살귀옥, 귀신사바 귀신놀이, 조선살인수사 등 별도의 입장료금을 내거나 무료인 행사 외에 흥과 얼을 담은 전통예술공연이 중앙 공연마당에서 계속 펼쳐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어넣는 무시무시한, 그리고 친근감을 주는 귀신술래잡기 등 귀신과 사람이 어울려는 프로그램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야간개장으로 이어 진다.
"야간에는 달빛을 더하다"와 "연분"이란 멀티미디어 융합 특별 공연이 밤 8시에 조선시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있다
토요일의 화창한 날씨에 엄청난 인파로 주차장은 오전에 꽉 차버렸고 입장권 사는데도 줄을 길게 서야 했다. 입장 후에도 어느 매점 매대 할 것 없이 긴 줄이 너무나 익숙해졌다.
지난 나의 삶의 현장에 되돌아온 심정으로 새로운 과거를 찾고자 두리번거렸으나, 이런 생활을 탈각한 지가 불과 엊그제 이기에 과거라는 실감이 별로 나지 않았다. 먼저 민속촌 바로 앞에 세워진 저 마천루 같은 아파트단지가 대조적으로 이 촌가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비웃기라도 하는 걸까. 이런 연유로 자연스럽지 못한 선입견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다. 저 초가집 뒤 담 위로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 들어 보라. 마당에서 말리는 태양초 고추의 붉은 정열을 보라. 논두렁에 줄가리 한 볏단 위에 내려앉은 참새 무리의 지저귐 소리는 어떻고. 어느 것 하나 색다름이 없는 농촌의 가을 풍경이었지. 나에겐 아직 민속촌 안팎의 생활이 진행형이라면 믿어질까. 그러기에 정서상 옛날을 회상 반추해 보려던 느낌이 좀 부족하지 않게 다가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다가 가을의 싸늘한 바람에 멍든 농가의 담 넘어 감나무 잎이 기웃거리고 있으니 한 움큼 기록으로 받아 오면 일석 이조의 목적을 이룬 것이 아닌가 하고 만족해 본다.
역시 가을 색을 드러낸 것은 노란 은행나무이고 여타의 나무들은 오히려 관객을 쳐다보고 너무 빨리 왔다고 아직 푸른 기개를 발산하며 멀뚱히 서 있다. 이 많은 인파 속에 끼어 한국의 전통 지방의 가옥과 이조시대의 관아들, 민속주 양조장, 장터, 장 공장,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마을, 민속박물관, 조각공원, 이어 세계 민속관까지 그야말로 시간이 부족하여 다 보지 못하고 해는 어두워지고 말았다. 길목집의 장터국밥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느긋이 하루 1만 4 천보의 궤적을 어둠 속에 묻었다.
저승사자가 째려보니 무섭냐?
누굴 잡아가려구?
'난 염라대왕 앞에서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여 퇴역한 사람이다' 했지
염라대왕 : "아직 때가 아니다" 하더구만
저승사자: 바로 째려보던 눈알을 풀고 미안하다며 그냥 가라더군
척수 헌(滌愁軒)
금련사
민속촌 경내에 있는 사찰
완향루(翫香樓)
별채
민속촌 양조장
장터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