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열며

 

滄浪淸濁(창랑청탁) 淸纓濁足(청영탁족)

창랑(강 이름)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

 

 

중국 전국시대 굴원(屈原 B.C343?~B.C278?)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말이다.

이 시는 고대 중국의 명시선집(名詩選集)인 초사(楚辭)에 실려 내려오고 있다.

'擧世皆濁我獨淸(거세개탁아독청)  衆人皆醉我獨醒(중인개취아독성)'

온 세상이 모두 흐려 있는데 나만 홀로 맑고, 뭇사람들 모두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라는 고사성어는 이 어부사에서 연유한 말이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서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의미다.

 

『어부사』내용을 보자

［어느날 한 어부가, 속세를 떠나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굴원(屈原)에게 물었다.

 

"당신은 삼려대부(三閭大夫)가 아니십니까?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되셨습니까?"

 

"온 세상이 더러운데 나 혼자 깨끗하고, 모든 사람들이 취해 있는데 나 혼자 멀쩡히 깨어 있으니 이렇게 쫏겨날 수밖에요"

 

"총명한 사람은 자기 생각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순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온 세상이 더럽다면 그것에 옳고 그름의 기준을 맞추고 그들과 한 편이 되면 되지 않겠습니까? 모든 사람이 취했다면 당신도 그들이 먹다 남은 술지게미를 마시고  그들과 함께 취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째서 고집스럽게 미덕만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굴원은 어부의 반박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방금 머리를 감은 사람은 모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방금 깨끗이 목욕을 한 사람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찌 깨끗한 몸으로 세상의 더러움과 가까이 할수 있겠습니까? 나는 차라리 강물에 뛰어들어 물고기 밥이 될지언정 깨끗한 마음을 속세의 먼지로 더럽히지는 않을 것이오"

 

어부는 희미한 웃음을 남기고 고개를 흔들며 떠나갔다. 그 후 굴원은 회사(懷沙)라는 시를 지은 후, 돌을 품고 멱라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굴원은 평생 나라를 위해 재능을 펼쳐 일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끝까지 고결하고 꿋꿋하게 지조를 지켰다.

그는 절대 권력에 타협하거나 속세의 무리와 어울리지 않음으로써  권모술수에 현혹되지 않은 채 고결한 뜻을 지켰다

 

『맹자(孟子)』 이루상(離婁上)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어린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로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는 노래가 있다. 공자(孔子)께서 이 노래를 들으시고 "자네들 저 노래를 들어보게, 물이 맑을 때는 갓끈을 씻지만(淸斯濯纓)  물이 흐리면 발을 씻게 되는 것이다(濁斯濯足矣). 물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라고  하셨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모름지기 스스로를 모욕한 연후에 남이 자기를 모욕하는 법이며 , 한 집안의 경우도 반드시 스스로를 파멸한 연후에 남들이 파멸시키는 법이며, 한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를 짓밟은 연후에 다른 나라가 짓밟는 것이다.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어도 스스로 불러드린 재앙은 피할 수 없다"

 

갓을 쓴다는 것은 출행(出行)이나 출사(出仕)를 의미한다. 갓을 쓰기 전에 그 갓을 씻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갓을 씻는데 물의 청탁(淸濁)을 가린다. 물은 자신이 나가고자 하는 곳을 상징한다.  즉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탁하면 발이나 씻으며 한가롭게 지내라는 의미다. 흐린 물에 갓을 씻으면 더럽혀지니 맑은 물을 골라 씻는다는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충정(忠政)에서 우러나는 직언(直言)은 위정자들의 귀에 늘 거슬리어 크게 화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목숨을 걸고 간하는 선비를 이젠 찾아보기 어렵게 된 세상이지만, 지난 역사속에선 예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정직한 인품으로 길이길이 후손과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을 위안과 영광으로 여겼으며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삶을 살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