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법정스님의 글3

서로도아 2010. 4. 13. 23:28
728x90

 

 

                                                      

                                                        出家記

 

   ...자기하나의 무게를 어쩌지 못해 몇밤을 지새면서 헴렛의 고뇌를 치렀을 것이다. 그러던 끝에

   一刀兩斷 집을 박차고 뛰쳐 나왔으라라.

   출가의 동기는 각자의 생활환경에 따라 다를지라도 생나무 가지를 찟는 듯한 그 고통만은 누구나

   거의 비슷하게 겪게 마련이다. 스스로 사주팔자를 바꾸지 않을 수 없도록 절실하고 절박한 물음

   앞에  마주 섰을 테니까.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사는것이 나답게 사는 것인가? 이런 원초적인

   물음 앞에 20대의 투명한 감성은 앓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안일과 타성과 인습등 회색의 흐름에 자기 자신을 차마 내던져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거듭거듭 태어나고 싶어서, 끝없는 인간성장을 위해 자신의 궤도를 본질적으로 수정하고

   재구성하려는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20대 출가할 무렵에도 宇宙苦를 혼자서만 치른것같이 느껴진다.

   몇밤을 뜬 눈으로 지새면서 회답도 없는 물음을 토했던가. 카인의 후예들이 날뛰던 동족상잔의

   저 6. 25. 모든 질서와 가치의식이 뒤죽박죽 흩어져버린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가.......

 

   그래서 출가를 말할 때 도피가 아니라 추구라고 한다. 소극적인 도피가 아니고 적극적인 생명의

   추구라는 것. 내 인생을 그 누구도 어떻게 해줄 수 없기 때문에 내 의지로써 스스로 구축하고

   재구성하려는 것이다. 똑같이 집을 나온 사실을 가지고 출가라 하고 가출이라고 하는 것은 

   추구냐 도피냐에 달린 것이다........

 

   집에서 몸만 빠져나온 것을 가리켜 출가라고 할 수는 없다. 온갖 집착과 모순과 갈등과 타성의

   집에서도 미련없이 빈손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크게 바라지 않고는 크게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출가를 가리켜 커다란

   내버림 이라고 한다. 모든 소유와 고정관념과 인습과 같은 비본질적인데서 벗어 나야 비로소

   어디에도 얽매임이 없는 당당한 자유인, 즉 出格丈夫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0) 2010.04.21
어느 스님의 한마디  (0) 2010.04.15
서산대사의 글  (0) 2010.04.03
법정스님의 글2  (0) 2010.03.31
법정스님의 글1  (0) 201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