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화려한 집
희미한 의식 속에서 나를 흔들어 깨우는 밤의 소리,
몽롱하게 꿈속같이 오는 소리가 있다
기적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는 가을밤의 발자국 소리 같기도 하다
힘겹게 걸어 온 꼬불꼬불한 길 옆에서
강물이 줄기차게 흐르고 있는 듯한 황홀한 느낌,
바로 그 소리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지름길을 알려 준다
그곳이 나의 가장 화려한 집이란다.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나만의 방이다
지나간 방엔 삶아도 지워지지 않는 질기게 남겨진
내 유년의 흉터자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내게는 오랜 동안 길들여져 나의 전부가 되어버린
익숙하고 고른 음정을 내는 변죽이 있다
꿈의 옆구리 깊숙이에
풍요한 남루로 자처하던 색색의 묵은 조각들이 박혀
좁은 틈 비집고 멈칫거릴 수 없는 부드러운
어둠의 두께와 묵은 곰팡내로
새로운 햇살의 실핏줄을 이어 맑아진 심장처럼 태워간다
충북 괴곡 집실 産 (1985.8.18 生) 크기 : 28*45*15